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문서 전자화 서비스를 시작한 '악어디지털'은 개정안 통과를 누구보다 반겼다. 김용섭(43) 악어디지털 대표는 지난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들어주는 '전자화 문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 기관과 기업별로 해석이 달라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전자화한 문서는 1억 2000만장에 달한다. 주요 고객사 중엔 대통령기록관·감사원·검찰·국회도서관 등 공공기관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삼정KPMG 등 대기업이 포진해있다. 김 대표는 "스캔 전문기업, OCR 기업 등 분야별 경쟁자는 있어도 이 모든 것을 통합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곳은 우리가 국내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IT 기업에서 이력을 쌓으면서도 창업의 꿈을 키웠다. 시작은 취미로 하던 독서였다. 일본에서 네이버 현지 주재원으로 근무할 땐 잦은 출장으로 책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자 직접 스캔본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 태블릿PC가 막 출시돼 전자책(e북)이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번거로운 스캔을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네이버를 퇴사하고 2014년 초기자금 1억 5000만원을 들여 회사를 세웠다.
독특한 사명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악어의 습성에서 따왔다. 김 대표는 "먹잇감을 발견할 때까지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악어의 효율적인 면과 혹한기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본받고자 지은 이름"이라며 "종이문서가 유발하는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 업무를 악어의 자세로 개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턴 맞춤형 업무 자동화(RPA) 서비스도 시작했다. 예컨대 세무법인이 고객사라면, 물류업체들이 보내온 수기 세금계산서를 전자문서화한 뒤 국세청 신고까지 자동으로 넣어주는 식이다.
2017년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8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도 100배 늘어 170억원이 됐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은 96억원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을 100억원 이상, 내년 매출을 2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어 "알파벳 24글자만 학습시키면 되는 영문과 달리 한글은 기본 조합만 2450자가 넘는다. 필기체까지 판독하려면 산업별로 각종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 회사의 정교한 AI 기술 뒤에는 6년간 축적해온 고객사 300여 곳의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국가별 양식이 제각각인 무역업 문서부터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바이오업계 문서, 오래된 국가 기록물을 판독해 본 경험 등이 모두 엔진 고도화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현재는 복잡한 도표나 초서체·해서체가 쓰인 고문서, 일제강점기 타자기 기록물 등도 어려움 없이 전자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05년부터 전자문서에 종이문서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 일본의 시장규모는 약 1조~1조 4000억원이다. 악어디지털은 2017년 일본 자회사 스티카(STIICA)를 설립, 일본어 인식 기술을 고도화한 뒤 지난해 200평 규모 사업장 마련을 마쳤다. 일본 내 단일사업장으론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지나가는대로 RPA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록물 분야에서 네이버·구글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대,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네이버나 구글은 보지 못하는 다양한 문서를 취급하고 분석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June 26, 2020 at 03:0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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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대통령기록관·삼성도 찾는 이 스타트업 '악어디지털'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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